이 글은 내가 아이와 함께 직접 읽었던 책들을 바탕으로 쓴다. 전문가의 추천 리스트가 아니라, 킨더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매일 30분씩 함께 읽으면서 "이건 진짜 재밌다"고 느꼈던 시리즈들이다. 책에 대한 설명도 내가 실제로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더 솔직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챕터북 읽기를 어떻게 시작했는지는 [집에서 영어 한 마디 안 해도 괜찮을까?] 글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오늘은 그때 실제로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하나씩 소개해보려 한다.
아직 생각나지 않는 책들이 있을 수 있어서, 이 글은 1편으로 시작하고, 추가로 기억나는 시리즈가 생기면 2편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논픽션 시리즈도 별도로 소개할 계획이다 (우리 아이는 논픽션을 별로 안 좋아해서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챕터북, 언제부터 시작하면 될까?
챕터북(Chapter Book)은 그림책(Picture Book)과 달리 텍스트 중심으로, 여러 챕터로 나뉘어 있어 며칠에 걸쳐 읽는 책들을 말한다. 보통 1학년~2학년 수준부터 혼자 읽기 시작하지만, 킨더 때부터 부모가 소리 내어 읽어주는 것(Read Aloud)으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아이가 모든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재밌는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면서 귀가 먼저 영어에 익숙해지는 것이 목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가 스스로 읽고 싶다고 손을 내밀게 된다.
챕터북 시리즈 소개
우리가 가장 먼저 시작한 책: My Weird School 시리즈
- 작가: Dan Gutman
- 수준: AR 3.1~3.9 / 1학년~4학년 / Lexile 500~620L
- 시리즈 권수: My Weird School 본편 21권 + Daze, Weirder, Weirder-est 등 스핀오프까지 합치면 50권 이상
아이에게 처음 소개한 챕터북이 바로 이 시리즈다. 1권 제목이 Miss Daisy Is Crazy! 인데, 책을 펼치면 주인공 AJ가 이런 말로 시작한다. "I hate school." 처음에 그 문장을 읽고 아이가 피식 웃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주인공 AJ는 학교를 싫어하는 남자아이인데, 매 권마다 학교에 새로운 선생님 또는 어른이 등장하고, 그 어른이 완전히 엉뚱하고 웃긴 행동을 한다. 제목들이 다 이런 식이다. Miss Daisy Is Crazy!, Mr. Klutz Is Nuts!, Mrs. Roopy Is Loopy! 패턴이 있어서 아이들이 다음 편을 쉽게 예측하고 기대하게 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서 아이가 자신의 학교 생활과 연결 지어 읽는 재미가 있고, 유머 코드가 딱 초등학생 취향이라 킨더~2학년 남자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20권 정도는 중고책과 새책으로 구입하고, 나머지는 도서관에서 빌렸다. 도서관에서 시리즈 전권을 찾기 쉬운 편이다.
Magic Tree House 시리즈
- 작가: Mary Pope Osborne
- 수준: AR 2.6~3.5 / 1학년~4학년 / Lexile 380~560L
- 시리즈 권수: 본편 60권 이상 + Merlin Missions, Fact Tracker 등
아마 미국 초등학생 챕터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리즈일 것이다. 남매인 Jack과 Annie가 뒷마당에서 매직 트리하우스를 발견하고, 그 안의 책을 통해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역사와 모험이 자연스럽게 섞인다는 점이다. 공룡 시대, 중세 기사, 고대 이집트, 아마존 우림... 매 권마다 다른 시대와 장소로 이동하기 때문에 아이가 지루해할 틈이 없다. 한 권이 짧고(약 70~90페이지), 문장도 간결해서 초보 챕터북 독자에게 이상적인 수준이다.
My Weird School이 "웃기는 게 좋아!" 타입이라면, Magic Tree House는 "뭔가 배우면서 모험하는 게 좋아!" 타입 아이에게 잘 맞는다. 우리 아이는 둘 다 좋아했다.
A to Z Mysteries 시리즈
- 작가: Ron Roy
- 수준: AR 3.5~4.0 / 2학년~4학년 / Lexile 510~590L
- 시리즈 권수: A~Z 알파벳 26권 + Super Edition 시리즈 별도
제목이 알파벳 순서로 되어 있다. The Absent Author, The Bald Bandit, The Canary Caper... 이런 식으로 A부터 Z까지 26권이 있고, 각 권마다 그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사건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어린이 탐정 3인방 Dink, Josh, Ruth Rose다. 이들이 매 권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구조인데, 이야기가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따라가기 쉽다. 미스터리라는 장르 특성상 "다음엔 뭐가 나오지?"라는 궁금증이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만든다.
Magic Tree House보다 약간 수준이 높고, 문장이 조금 더 길다. My Weird School에서 시작해 Magic Tree House를 거쳐 A to Z Mysteries로 넘어가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Junie B. Jones 시리즈
- 작가: Barbara Park
- 수준: AR 2.6~3.1 / 1학년~3학년 / Lexile 290~520L
- 시리즈 권수: 30권
주인공 Junie B.는 유치원~1학년 여자아이로, 엄청나게 수다스럽고 솔직하고, 어른들 말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캐릭터다. "B는 그냥 B야, 중간 이름이 없거든"이라고 스스로 소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시리즈가 Kindergarten편과 First Grade편으로 나뉘어 있어서, 킨더 시절부터 시작해서 1학년이 되어서도 이어서 읽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주로 여자아이들이 좋아하지만, 웃긴 상황 묘사 덕분에 남자아이들도 재미있게 읽는다. 우리 아이는 크게 빠지지는 않았지만 도서관에서 몇 권 빌려 읽었다.
Fly Guy 시리즈
- 작가: Tedd Arnold
- 수준: AR 1.5~2.5 / K~2학년 / Lexile 230~400L
- 시리즈 권수: 20권 이상
이 시리즈는 챕터북보다는 이지리더(Easy Reader)에 가깝지만, 챕터북으로 넘어가기 전 브릿지 역할로 많이 쓰인다. 남자아이 Buzz와 그의 반려 파리 Fly Guy의 이야기인데, 파리가 주인공이라는 설정 자체가 이미 웃기다.
페이지당 텍스트양이 적고, 그림이 많아서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성취감을 높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나 방금 책 한 권 읽었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좋다.
Horrid Henry 시리즈
- 작가: Francesca Simon
- 수준: AR 3.0~4.0 / 1학년~4학년
- 시리즈 권수: 25권 이상 (영국 원작)
영국 작가의 시리즈라 미국 영어와 살짝 다른 표현들이 나오지만, 그게 오히려 재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주인공 Henry는 말썽꾸러기 중의 말썽꾸러기다. 학교는 싫고, 동생은 밉고, 부모님 말은 듣기 싫고 — 그런 Henry가 매번 사고를 치는 이야기다.
My Weird School이 학교 선생님들의 황당한 면을 웃기게 묘사한다면, Horrid Henry는 아이 자신의 속마음을 대놓고 표현하는 캐릭터라 아이들이 묘하게 공감하고 좋아한다. 우리 아이도 꽤 재미있어했다.
Dragon Masters 시리즈
- 작가: Tracey West
- 수준: AR 3.2~3.9 / 2학년~4학년 / Lexile 520~600L
- 시리즈 권수: 25권 이상
드래곤을 키우는 마스터들의 이야기로, 판타지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주인공 Drake를 포함한 Dragon Masters들이 각자 다른 드래곤을 키우며 악당에 맞서는 구조다. 각 권이 짧고(약 90페이지) 이야기 전개가 빠르기 때문에,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아이도 드래곤이 등장하는 순간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Ready, Freddy! 시리즈
- 작가: Abby Klein
- 수준: AR 2.9~3.5 / 1학년~3학년
- 시리즈 권수: 30권 이상
1학년 남자아이 Freddy의 학교·가정생활 이야기다. My Weird School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좀 더 일상적이고 아이들이 실제로 겪을 법한 상황들이 많다. 아이가 Freddy와 같은 학년일 때 읽으면 더 공감이 잘 된다. 분량도 짧아서 혼자 읽기 시작하는 단계의 아이들에게 좋다.
Flat Stanley 시리즈
- 작가: Jeff Brown
- 수준: AR 2.9~3.5 / 1학년~3학년 / Lexile 430~530L
- 시리즈 권수: 15권 이상
공지판이 떨어져서 납작하게 눌린 Stanley가 그 상태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다. 납작해서 편지 봉투에 들어가 우편으로 이동한다는 설정이 기발하고, 각 권마다 다른 나라가 배경이 되어 지리·문화 요소도 자연스럽게 담긴다. 가볍고 재밌게 읽히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호기심도 심어줄 수 있다.
Stink 시리즈
- 작가: Megan McDonald
- 수준: AR 3.2~4.0 / 1학년~4학년
- 시리즈 권수: 15권 이상
Judy Moody 시리즈의 남동생 Stink가 주인공인 스핀오프 시리즈다. Judy Moody가 여자아이 취향이라면, Stink는 남자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편이다. Stink는 반에서 키가 제일 작은 것이 콤플렉스인데, 이 설정에서 시작하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귀엽고 웃기다. Judy Moody와 함께 읽으면 형제자매 관계의 공감 포인트도 생긴다.
Boxcar Children 시리즈
- 작가: Gertrude Chandler Warner
- 수준: AR 3.5~4.2 / 2학년~5학년 / Lexile 500~620L
- 시리즈 권수: 150권 이상
미국 아동문학의 클래식 시리즈다. 고아가 된 4남매가 기차 박스카(화물칸)에서 생활하며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이야기로 시작해, 이후 시리즈에서는 각지를 여행하며 다양한 사건을 해결한다. 어른 없이 아이들끼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설정이 독립심을 자극하고, 미스터리 요소가 계속 읽게 만든다. A to Z Mysteries보다 조금 더 길고 수준이 높아서, 챕터북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 도전하기 좋다. 우리 아이는 전체 책을 다 읽지는 않고 그중 15권 정도 읽었던 것 같다.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소개한 시리즈들 대부분은 LA 공공 도서관(LAPL)이나 PV 지역 도서관에서 충분히 대여할 수 있다. 특히 My Weird School, Magic Tree House, A to Z Mysteries 같은 인기 시리즈는 재고가 풍부한 편이다. 도서관에 가면 어린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챕터북들이 한 코너에 모아져 있어서, 아이가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를 수도 있었다.
모든 책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 우리 집도 My Weird School은 20권 정도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중고책으로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렸다. 아이가 진짜 좋아하는 시리즈를 발견하면 그때 한두 권씩 구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아직 소개하지 못한 시리즈들과 초등학교 고학년때 읽은 책들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 글에서 소개한 책들은 모두 제가 아이와 함께 직접 읽은 책들입니다. 아이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한두 권 먼저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아이의 반응을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