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스포츠가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우리 아이도 어릴 때 축구, 농구, 발리볼, 야구까지 안 시켜본 운동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경험시켜봤다. 그중 축구를 워낙 좋아해서 당연히 학교 축구팀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나중에 배우기 시작한 테니스에 빠지면서 지금까지 테니스를 계속하고 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학교 스포츠팀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기고, tryout(선발전)을 거쳐야 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고등학교에 가면 바시티(Varsity)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이게 대학 입시 서류에도 쓰이는 중요한 활동이라 처음엔 생소하고 복잡하게 느껴졌다. 이번 글에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스포츠팀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실제 팔로스버디스 지역 고등학교에는 어떤 종목들이 있는지, 그리고 학교팀과 학교 밖 클럽팀을 어떻게 병행 관리하면 좋은지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본다.
미국 중학교 스포츠팀은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선발될까
중학교(Intermediate School, 6~8학년) 스포츠는 고등학교와 운영 방식이 꽤 다르다. 우리 지역인 PVPUSD의 경우 중학교 스포츠는 South Bay Middle School Sports League라는 지역 리그를 통해 운영되고, 시즌별로 종목이 나뉜다. 겨울 시즌에는 남녀 축구와 남녀 농구가 대표적이고, 학교마다 A팀과 B팀으로 나누어 운영하기도 한다. 중학교 크로스컨트리와 트랙 클럽은 관심 있는 학생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실력을 겨루기보다는 경험을 쌓는 데 목적이 있기에 별도 Tryout이 없다.
반면 농구나 발리볼처럼 팀 인원이 제한적인 종목은 정식 tryout을 거쳐야 한다. 코치가 며칠에 걸쳐 학생들의 기본기와 팀워크를 관찰한 뒤 명단을 발표하는 방식이다. 처음 tryout을 준비할 때는 어느 정도 사전 준비가 필요한지 감이 안 잡혔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됐다.
- 학기 초 학교 액티비티 오피스나 부스터 클럽 이메일을 통해 시즌별 스포츠 목록과 tryout 날짜를 공지받는다.
- Tryout 신청은 대부분 온라인 등록 시스템을 통해 진행되며, 건강 확인서(physical clearance)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 Tryout 기간 동안 방과 후 체육관이나 운동장에서 코치의 평가를 받는다.
- 합격자 발표 후에는 참가비를 납부하고, 주 2회 정도의 정규 연습 일정에 맞춰 스케줄을 조정한다.
중학교 스포츠는 아직 대입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아이가 팀 스포츠에 적응하고 시간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첫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바시티와 주니어 바시티 시스템은 무엇이 다를까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스포츠 구조가 한 단계 더 세분화된다. 대부분의 종목이 바시티(Varsity)와 주니어 바시티(Junior Varsity, 흔히 JV라고 부른다) 두 단계로 나뉘고, 학교에 따라 프로시/소포모어(Frosh/Soph) 레벨을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바시티는 학교를 대표하는 최상위 팀이고, JV는 그 아래 단계로 실력을 키우며 바시티 승격을 준비하는 팀이라고 보면 된다.
학년별로 어떻게 배정될까
보통 9학년이나 10학년은 JV에서 시작해서 실력이 검증되면 바시티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지만, 실력이 뛰어난 신입생이 곧바로 바시티에 발탁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반대로 11, 12학년이라도 JV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학년이 아니라 실력과 팀 내 경쟁이 배정 기준이라는 점이 한국의 학년별 운동부 문화와 가장 다른 부분이다.
Tryout은 시즌마다 다시 진행된다
중요한 점은 한 번 팀에 들어갔다고 다음 해에 자동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매 시즌 tryout을 다시 거쳐야 하고, 부상이나 다른 활동으로 시즌을 쉬었다가 복귀하는 경우에도 처음부터 다시 경쟁해야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스포츠팀에 꾸준히 남아있는 학생들을 보면 시즌 사이에도 개인 트레이닝이나 클럽 활동을 병행하면서 기량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PV High와 Peninsula High에는 실제로 어떤 스포츠팀이 있을까
우리 지역을 기준으로 실제 학교 홈페이지를 확인해봤다. Palos Verdes High School(PVHS, Sea Kings)은 남녀 통틀어 27개 종목을 운영하고 있다고 학교 애슬레틱 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다. Palos Verdes Peninsula High School(PVPHS, Panthers)도 비슷한 규모로 운영되며, 두 학교 모두 Bay League 소속으로 CIF Southern Section 경기에 출전한다.
PVHS, Peninsula High 공통 운영 종목(남녀 구분)
남녀 모두 있는 종목: 축구(Soccer), 농구(Basketball), 테니스(Tennis), 골프(Golf), 수영(Swimming),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 트랙앤필드(Track & Field), 발리볼(Volleyball), 워터폴로(Water Polo), 라크로스(Lacrosse)
여자 전용 종목: 필드하키(Field Hockey), 비치발리볼(Beach Volleyball), 소프트볼(Softball), 치어리더(Cheer)
남자 전용 종목: 풋볼(Football), 레슬링(Wrestling), 야구(Baseball)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발리볼이다. 실내 발리볼은 여학생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비치발리볼도 여자 종목으로 별도 운영된다. 반면 남자 발리볼은 학교에 따라 운영 여부가 다를 수 있으니 자녀가 다니는 학교 애슬레틱 페이지를 직접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우리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테니스의 경우 남녀 팀이 별도 시즌으로 운영된다. 보통 한쪽 성별은 가을 시즌, 다른 쪽은 봄 시즌에 배정되는 식이라 미리 시즌 일정을 확인해두는 게 좋다.
학교 대표팀과 학교 밖 클럽팀, 대회 출전은 어떻게 병행 관리할까
테니스처럼 개인 종목은 학교팀 활동과 별개로 USTA 같은 협회 소속 클럽팀이나 개인 랭킹 대회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도 학교 시즌이 아닌 기간에는 클럽 코치와 함께 대회를 준비하고, 학교 시즌이 시작되면 팀 훈련 스케줄에 맞춰 클럽 레슨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병행하고 있다. 두 가지를 동시에 관리하려면 아래 순서로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게 도움이 됐다.
- 학교팀 시즌 일정과 클럽팀 대회 일정을 한 달 단위로 미리 캘린더에 정리한다.
- 시즌이 겹치는 기간에는 학교 코치와 클럽 코치 양쪽 모두에게 아이의 일정을 사전에 공유한다.
- 대회와 학교 경기가 같은 날 겹칠 경우, 우선순위를 미리 정해서 코치들과 조율해둔다.
- 학업 일정(시험, 과제 마감)과 겹치는 주간은 별도로 표시해서 훈련 강도를 조절한다.
학교 대표팀에 소속되지 않고 클럽팀 활동만 하는 경우도 많다. 축구나 야구처럼 클럽 리그가 잘 발달한 종목은 학교팀보다 클럽팀 수준이 더 높은 경우도 있어서, 학교팀 tryout을 아예 보지 않고 클럽 활동에만 집중하는 학생들도 주변에 꽤 있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아이가 꾸준히 즐기면서 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활동을 대학 입시 EC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스포츠를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생에게 스포츠 활동은 대입 지원서의 Extracurricular Activities(EC) 항목에 들어가는 하나의 활동으로 기록된다. 운동 특기생으로 리크루팅되지 않더라도, 4년 동안 한 종목을 꾸준히 해온 기록 자체가 대학이 중요하게 보는 지속성과 시간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대입 서류에서 스포츠가 어떻게 평가될까
대입 카운슬러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대학은 단순히 어떤 스포츠를 했는지보다 그 활동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책임감 있게 이어갔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바시티 팀에서 주장(Captain)을 맡았거나, 4년 내내 같은 종목을 지속한 경우, 혹은 팀 내에서 신입 선수를 멘토링한 경험 등은 리더십과 헌신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매년 종목을 바꾸거나 짧게 참여한 활동은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운동 특기생이 아니어도 의미가 있는 이유
운동으로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스포츠 활동은 학업 외적으로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창구다. 매일 몇 시간씩 훈련하면서도 학업 성적을 유지했다는 사실 자체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우리 아이의 경우도 테니스 대회 시즌과 학기 중 시험 기간이 자주 겹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우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경험은 나중에 에세이를 쓸 때도 구체적인 소재가 되어준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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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종목과 팀 배정 방식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정확한 시즌 일정과 tryout 조건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애슬레틱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다만 큰 틀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스포츠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이 활동이 대입 서류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미리 알아두면 아이의 활동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