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디베이트를 시작한 건 사실 계획한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북클럽을 1년 넘게 다녔고,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학교 안에 있는 디베이트 클럽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로 시작한 활동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가 먼저 더 잘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집에서는 한국말만 쓰다 보니 라이팅과 스피킹 연습이 늘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개인 튜터 비용이 시간당 100달러에서 160달러 정도로 만만치 않고, 전문 디베이트 학원들도 비싸다고 생각해서 그동안은 따로 학원을 보내지 않았다. 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을 서포트 해주기 위해 디베이트에 대해 알아보았고, 이번 글에서는 그동안 알아본 LA 지역 디베이트 학원 정보와 디베이트 종목별 차이, 그리고 대회 종류와 시즌 일정까지 함께 정리하려고 한다.
디베이트 종목은 어떻게 나뉘는가
디베이트 학원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타입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디베이트라고 다 같은 형식이 아니라 종목마다 규칙과 준비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흔히 "폴리시 디베이트", "링컨더글라스" 같은 한글 표기로 불리지만, 실제 학원이나 학교 클럽, 대회 공지에서는 모두 영어 정식 명칭을 그대로 쓰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영어 명칭으로 통일해서 정리한다.
Policy Debate란 무엇인가
Policy Debate는 두 명이 한 팀을 이루어 다른 팀과 겨루는 방식이다. 한 시즌 내내 같은 주제를 다루는데, 보통 연방정부의 정책 변화와 관련된 주제가 많다. 입안 스피치와 교차조사, 반박 스피치가 반복되는 구조라서 자료조사 분량이 상당히 많고, 팀워크와 순발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코치와 팀원이 함께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도 전담 코치와 예산이 필요한 종목이다.
Lincoln-Douglas Debate란 무엇인가
Lincoln-Douglas Debate는 한 명 대 한 명으로 겨루는 개인전 형식이다. 정책보다는 가치와 윤리에 관한 주제를 다루며, 주제가 보통 두 달 정도 간격으로 바뀐다. 팀 단위로 움직이는 Policy Debate와 달리 개인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는 종목이라 준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그만큼 많은 고등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다.
Public Forum Debate란 무엇인가
Public Forum Debate는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시사성 있는 사회, 경제, 외교 이슈를 다루는 종목이다. Policy Debate에 비해 전문 용어나 속사포 스피치 방식을 덜 쓰고, 일반 청중도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인 설득에 초점을 맞춘다. 입문 단계 학생들이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종목으로 꼽힌다.
Mock Trial이란 무엇인가
Mock Trial은 가상의 법정 사건을 두고 변호사와 증인 역할을 나누어 실제 재판 절차를 그대로 재현하는 활동이다. 증거 제시와 반대신문 같은 법정 규칙을 배우면서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법이나 정치 쪽에 흥미가 있는 아이라면 Policy Debate나 Lincoln-Douglas Debate보다 Mock Trial을 더 재미있어 하는 경우도 많다.
디베이트 대회 종류와 시즌은 언제인가
학원을 알아보면서 대회 일정까지 함께 파악해야 아이 스케줄을 제대로 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 고등학교 디베이트 시즌은 보통 9월에 시작해서 다음 해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이어지며, 이 기간 동안 거의 매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대회가 열린다. 시즌 초인 9월부터 12월 사이에는 각 학군이나 리그 소속 학교들이 주말마다 여는 초청 대회가 이어진다. 신입 부원들이 처음 실전을 경험하는 단계로, 참가 부담이 크지 않고 근처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다.
겨울부터 초봄 사이에는 District Qualifier가 열린다. 전국을 지역별로 나눈 디스트릭트 단위로 진행되는 예선 대회로, 여기서 상위권에 들어야 전국 대회 출전 자격을 얻는다. 정확한 날짜는 디스트릭트마다 다르게 정해서 매년 겨울 공지하기 때문에, 소속 학교 코치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 예선을 통과하면 매년 6월에 열리는 NSDA National Tournament에 진출할 수 있다. National Speech and Debate Association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고등학생 학술 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매년 4월 켄터키대학교에서 열리는 Tournament of Champions, 줄여서 TOC라는 대회도 있다. 전미 최고 수준의 대회로, 흔히 전국 서킷의 챔피언십으로 불린다. 시즌 내내 지정된 예선 대회에서 일정 성적으로 이른바 bid를 확보해야 참가할 수 있어서, 이미 경력이 쌓인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도전하는 대회다. 대회마다 다루는 종목이 다르다는 점도 꼭 확인해야 한다. 아래에서 소개할 Victory Briefs Institute 캠프는 Public Forum, Lincoln-Douglas Debate, World Schools Debate는 다루지만 Policy Debate는 다루지 않는다. 학원이나 캠프를 고를 때, 그리고 대회에 참가할 때 모두 종목 매칭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왜 Policy Debate를 하는 고등학교가 적을까
아이가 관심있는 디베이트 중 하나가 Policy Debate인데, 주변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Policy Debate 팀이 있는 고등학교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이유를 찾아보니 Policy Debate는 한 시즌 동안 방대한 자료조사를 팀 단위로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전담 코치와 지속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한 종목이었다. 반면 Lincoln-Douglas Debate는 개인전이고 준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서 훨씬 많은 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Policy Debate를 계속 하고 싶다면 그 종목을 운영하는 고등학교인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 들었다.
북클럽으로 기초를 다지고 디베이트로 넘어간 이유
사실 초등학교 때 북클럽과 디베이트를 둘 다 알아본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에는 아주 비싼 곳 몇 곳을 제외하고는 저학년 대상 디베이트나 스피킹 학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먼저 북클럽을 선택했고, 초등학교 고학년 1년 넘게 꾸준히 다녔다. 효과를 수치나 점수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책을 읽고 문제를 풀고 수업 중에 대답하는 연습만큼은 확실히 되었다고 믿고 싶다.
당시 상담했던 북클럽 튜터 한 분은 디베이트는 중학교부터 학교 안에 클럽이 있으니 그때 들어가서 연습하고 고등학교에서 학교 팀에 합류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너무 어릴 때부터 서두르기보다 기본이 되는 리딩과 라이팅을 먼저 다지는 것이 좋다는 말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조언에 동의한다. 실제로 아이는 북클럽을 마친 뒤 중학교에서 디베이트 클럽에 가입해 활동했고, 지금은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전문 학원을 알아보는 단계까지 왔다.
LA 지역에서 알아본 디베이트 학원은 어디인가
몇 군데 학원 정보를 찾아보면서 강점과 가격대를 함께 정리해보았다.
모던브레인 (ModernBrain)
오렌지카운티 튜스틴에서 시작한 학원으로 Speech, Debate, Mock Trial, 모의유엔(MUN) 과정을 함께 운영한다. 팔로스버디스에도 지점이 있어서 사우스베이 쪽 학부모들도 접근이 나쁘지 않다. 초등부터 고등까지 레벨별 반이 나뉘어 있고, 학기제 정규반과 방학 집중캠프를 모두 운영한다. 학기별로 모두 조기등록 할인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자세한 사항은 직접 확인을 부탁드린다. 대면 수업과 온라인 줌 수업을 함께 운영하는 점도 장점이다.
페닌슐라 아카데미 (Peninsula Academy)
모던브레인과 협력해 여름 Speech and Debate 캠프를 운영하는 곳이다. 실제로 이 캠프에 참여했던 학부모 후기 중에는 캠프를 마친 뒤 중학교 디베이트 클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우리 아이가 겪었던 흐름과도 비슷해서 눈여겨보게 되었다.
빅토리 브리프스 인스티튜트 (Victory Briefs Institute, VBI)
전국 단위로 운영되는 여름 집중 캠프로 LA에서는 UCLA나 옥시덴탈 칼리지 캠퍼스에서 진행된다. Public Forum, Lincoln-Douglas Debate, World Schools Debate를 다루며 Policy Debate는 다루지 않는다 는 점을 먼저 확인하고 나의 관심리스트에서는 제외했다. 2주 세션 기준으로 기숙형은 3천 달러 초반, 통학형은 2천5백 달러 정도로 다른 학원에 비해 비용 부담이 상당히 크다. 그만큼 전국 대회 수준의 코치진과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강점이고, 이미 디베이트 경력이 있고 실력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고 싶은 아이에게 맞는 곳으로 보인다.
디베이트 학원을 고를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여러 학원 정보를 비교하면서 등록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을 순서대로 정리해보았다.
아직 어느 학원으로 최종 등록할지는 정하지 못했다. 다만 북클럽으로 기초를 다지고 학교 클럽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다음 전문 학원을 알아보는 지금의 순서가 우리 아이에게는 무리 없는 흐름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실제로 등록하고 다녀본 후기는 다시 따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디베이트는 종목도 다양하고 대회 체계도 생각보다 복잡하다. 아이가 어떤 종목에 흥미를 느끼는지 먼저 지켜보고, 학교 클럽부터 시작해서 필요할 때 전문 학원을 알아보는 순서가 무리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